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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땅 위로 흐르는 은하수 빛나는 오로라. 프랑크푸르트 가는 길.

 

 

 

집으로 가기 위한 짧은 여정.

그날은 정말 맑았고 쾌청했다.

정말 물이 깨끗한 강이나 바다를 보면, 

모든 게 훤히 보이는 것처럼.

구름 아래 지면은 아주 거대한 바다 같았다.

우리는 어쩌면 바다 한가운데 공기 속을 헤엄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20대 첫 유럽여행의 어떤 날이 떠올랐다.

많이 지쳐있었고, 멍 때리면서 미리 저장했던 라디오를 듣는데,

갑자기 번쩍하며- 눈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분명 해는 내 시야에 없어서 눈부실 틈이 없는데,

왜 그런 걸까? 하며 창문 너머 밖을 봤고.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었다.

높이 그리고 멀리 바라봐야 볼 수 있는 진귀한 자연의 아름다움.

 

 

 

 

 

오스트리아와 독일 국경을 지나는 길에 아주 길고 긴 강이

용의 비늘처럼엄청 빛나기 시작했다.

색이 조금 따뜻한 계열의 파란빛이었는데,

빛날 때는 투명한 파란빛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의 비늘이 생각났다.

마침 강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파란 용의 허리가 같다고 생각했다.

3월의 유럽의 오후 햇살은 꼭 한국의 아침 같은데-

그 덕분에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개인적으로는 빛의 각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을 보는 게 즐거웠다.

왜냐하면 잔잔한 물결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땅 위도 별처럼 빛났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지붕에 뭘 놔둔 걸까? 궁금했다.

 

 

 

 

 

갈래갈래 흩어지면서 사람들이 사는 구석구석

물이 흐른다. 우리는 물에 참 많은 은혜를 입고 사는구나.

한참 대지 위 사람들은 다양한 이슈로 떠들썩한데,

하늘 위는 너무 고요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강은 저 멀리 흩어지고 우리는 땅 위로 날고 있었다.

아까처럼 강렬한 빛줄기는 볼 수 없었지만,

우리가 날아가는 것보다 더 빨리 성큼성큼-

별처럼 반짝거렸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 덕분에 수많은 별들의 자취를 알 수 없지만,

만약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이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빛은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했다.

은하수 같기도 했고.

오로라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흩어져서

자취를 감췄고.

반갑게 별처럼 저멀리

덩그러니 빛났다. 

그리고 사라짐의 연속.

 

 

 

 

 

땅과 가까워질수록

고요한 새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빛은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져만 갔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꿈만 같았다.

빛이 사라지니- 졸렸고.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려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땅 위를 달리고 있었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

하지만, 그날 봤던 봄의 은하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비행기에 타면, 늘 창문 쪽 자리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눈이 잔뜩 쌓여있던 산.

햇빛을 잔뜩 머금은 강줄기.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구름 떼.

어두운 밤 잔뜩 빛나는 야경.

서서히 떠오르는 일출

서서히 멀어지는 일몰

 

이 모든 게 늘 흥미롭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