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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봄- 2020년 포도밭과 벚꽃 놀이

 

작년에 찔끔 벚꽃이랑 목련 본 다음 난 오스트리아로 떠났고,

그곳에서 군데군데 조금씩 핀 벚꽃과 개나리, 봄꽃 구경하면서 

2019년 첫 계절인 봄을 맞이했다.

그게 벌써 1년도 훌쩍 지난 일이라니---.

세월이 무색하다는 말이 요즘들어 계속 머릿속에 마구 스쳐 지나간다.

취소되고 바꾼 비행기를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리면서 빈의 마지막 일정으로 포도밭으로 향했다.

나의 마지막 일정을 무탈히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줬던 레기나가 알려준 곳이었다.

사실 지내는 동안 다른 곳도 가봐야지 했었는데,

갖가지 핑계 덕분에 결국 마지막 일정 하나 겨우 다녀왔다.

그나마 가을 때 와인 길을 다녀와서 다행이었지만...

 

 

보통 포도밭은 언덕 위나 경사가 낮은 산(?) 윗부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엔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트램을 타고 갔다.

사실 S반 (기차)를 타고 가도 좋지만, 트램이 더 저렴했고-

덕분에 고생& 좋은 구경 및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당분간 밖을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빈에서도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최대한 사람이 없거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을 위주로 다녔다.

그래서 포도밭 구경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포도밭 구경을 간 건데-

역시나 포도나무는 앙상하게 비틀어 있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정말 수많은 봄꽃과 벚꽃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날은 바람이 너무 매섭게 불었기 때문에 엄청 추웠는데-

봄꽃들은 어찌나 단단히 나뭇가지에 붙어있는지.

신기했다. 

연약한 꽃잎이라고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생명력은 대단했다.

 

 

 

 

 

포도밭 아래 사이사이 고개를 내민 들꽃.

땅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은데,

바람이 불어오니 마구 훌렁훌렁 흔들렸다.

그래서 한참 구경하다가 표지판 길 따라 포도밭을 구경하러 갔다.

 

 

 

 

 

낮은 구릉 위에 활짝 핀 봄꽃.

벚꽃도 있고, 이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꽃들도 꽤나 많이 보여서 기뻤다.

유럽은 대부분 언덕 또는 평원이라서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데,

포도밭이나 산이 있는 곳에 간혹 걷다 보면,

한국이 막 떠오르고 그랬다.

비슷하다는 건 가끔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매개체가 된다.

 

 

 

 

 

 

 

 

 

 

 

 

 

 

 

 

난 낮은 집을 참 좋아한다.

한참 전에 본 포도밭 아래 활짝 핀 들꽃같이

집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것 같았다.

3월이 되고서, 맑은 날도 많아졌는데 이날은 특히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엄청 깨끗하고 맑았다. 그래서 저 멀리 지나가는 기차와 차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일시적으로 반짝 빛나는 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엄청나게 많은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도 좋았다.

만약 여름에 이곳에 온다면 맛있게 익어가는 포도를 볼 수 있을 텐데-

언제쯤 다시 오게 되려나 숫자를 세어본다.

 

 

 

 

 

 

 

 

 

 

 

여름보다 약하지만, 벚꽃잎한테는 강했나 보다.

빛에 꽃잎이 투명하게 반짝거린다.

바람도 몹시 많이 불어서, 나무가 쉴 틈 없이 흔들렸다.

가끔씩 내 주위를 걷고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인파 가득한 벚꽃놀이보단 야경에 빛나는 벚꽃놀이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잔잔하게 듬성듬성 펴있는 벚꽃구경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은은한 분홍빛으로 핀 꽃나무를 찾아다니며,

보고 걷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몰랐던 것 같았다.

만약 포도가 열려있는 계절. 봄꽃도 같이 펴있다면 어떨까?

두 가지 계절이 포개진 순간이 불가능하겠지만,

욕심이 많아서 둘 다 같이 보고 싶었다.

아마 당분간은 포도밭도, 벚꽃도 보기 힘들겠지만-

이렇게 추억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금도 참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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