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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지난 4월 봄의 튤립. 집콕하면서 사라진 일상을 찾기-

 

 

 

 

작년 4월.

다가온 2020년 4월 다시 되돌아보기.

마트에 갔더니, 봄이 왔다고 색이 고운 튤립이 여럿 보여서 한참 고민하다가

두 가지 색이 섞인 튤립을 얼른 골라 아픈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한국은 꽃 가격이 워낙 비싸서 꾸미기 버거웠는데,

2019년은 제법 꽃을 사서 책상을 꾸몄다. 그게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된 지 모르겠다!

 

 

 

 

방에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벚꽃 길는 경주랑 안양천이랑 동네 숨어있는 나만의 장소까지.

크게 돌아다니지 않고 조용히 혼자 사진 찍고 한참 앉았다 오는 게 너무 좋았다.

올해는 남은 2020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밖에 나갈 때 보이는 벚꽃을 보며,

제발 큰일 없길. 바라고 또 바라는 중이다.

 

 

유럽같은 경우는 한국과 일본처럼 벚꽃길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중간중간 활짝 펴있는 들꽃과 목련, 벚꽃, 봄꽃을 보러 공원과 궁전을 자주 다녔다.

아니면 사람들 자주 다니는 관광지 어떤 곳.

아쉽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쉬울 수 있지만,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게 있더라.

나도 모르게 채워지는 그 풍경을 보는 게 더 흥미가 컸던 것 같다.

 

 

 

숙소는 정말로 큰 방이었고,

곧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곳이라 가구도 없이 텅텅 비워진 상태였다.

2019년 나와 비슷했다.

아는 사람 없이 떠나온 이곳에 캐리어랑 짐 몇 개 딸랑 들고 시작했던 내 모습.

한 달동안 지내면서- 짐이 어찌나 많이 늘어났던지!

그걸 들고 지낼 다음 집으로 이사 갈 때

엄청나게 거센 비가 마구 쏟아지던 날.

짐을 옮긴다고 18번 6번 트램을 한 다섯 번? 정도 번갈아 탔다.

다섯 시간 이상 짐만 옮기고 정리한다고 뻘뻘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고.

결국 몸살이 날정도로 힘들었던 4월의 마지막쯤-

희한하게 이사 가는 날은 비가 내린다.

 

 

 

 

 

 

내가 좋아했던 이른 오후

 

과일과 채소가 저렴해서 계절, 월, 주마다 궁금했던 과일이나 채소 골라서

먹는 게 내 새로운 취미였는데- 

한국에 오니, 그게 쉽지 않아서 그때 정말 맛있게 먹던 과일 채소가 그립다.

그리울 줄 알았지만 막상 그리워지니 적응이 안된다.

힘든 건 예상해도 힘들다.

 

 

 

 

 

 

내가 좋아했던 늦은 저녁

 

 

이때는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맨땅에 헤딩 상태라,

노곤노곤 킥킥거리면서 즐겼던 3월 말부터의 한 달이 기억에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과 너무 분위기가 달랐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하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솔직한 심정으로

목까지 차오르지만,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경주마 같았다. 너무 앞만 보고 계속 향했고-

그게 너무 지쳤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로 향했던 것이었다.

살아갈 방법은 무궁무진한데, 삶이 너무 막막했다. 조금 달리 마음먹으면 될 일이었는데-

찾고 깨닫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1년이 지난 현재,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는 것 같다.

 

 

 

그냥 외장하드 구석 어딘가에 처박힐 사진과 생각들이

너무 아쉬워서 하나씩 꺼내봐야지.

어제는 리메이크 영화 <리틀 포레스트> 보는데,

한국의 사계절을 담담하게 표현한 게 너무 보기 좋았다.

그게 시간의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