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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울산 동구 산책여행 : 여전히 푸른 소나무 숲의 울기등대& 대왕암공원 해안 둘레길

 

 

 

 

울산 동구 울기등대& 대왕암공원

 

 

 

잔뜩 흐렸다가 저녁이 가까워질 때쯤 맑아진 하늘 아래

바다는 수백 번 표정이 뒤바뀌었다.

울산이 그동안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대왕암공원 둘레길이다.

둘레길이 제대로 생긴 건 참 좋은 일이지만,

울기등대 소나무 숲 사이 눕거나 앉아서 지낼 수 없게 된 건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대왕암 공원으로 가는 도중 옆으로 샛길이 있어서 

천천히 내려갔더니, 그곳이 둘레길의 일부였다.

예전에는 가는 도중 길이 끊겼는데 지금은 쭉 이어져서 계속 걸어갔다.

길이 넓지 않고 서울 골목처럼 좁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비가 내렸다가 멈췄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파도는 계속 거칠었다.

 

 

 

 

 

 

 

길이 좁고 소나무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같은 자리에 서서 바다와 길을 구경했다.

대왕암공원 전망대보다 개인적으로 이 해안 둘레길이 더 아름답고 멋지다.

 

 

 

 

 

 

<대왕암공원>

 

대왕암공원은 자주 다녔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안 둘레길에서 멀리 바라봤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부는 날에는 다리 위에 걷기가 힘들 정도로

춥고 흔들거리는데, 그 끝으로 올라가서 점하나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턱 막힌 마음이 신기하게도 뻥 뚫린다.

대왕암 공원 다리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다녔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해안 둘레길 아래는 이렇게 돌이 가득한 해변가가 펼쳐진다.

 

 

 

 

 

 

 

예전에는 학교였던 곳.

사실 이 장소에서 학교를 다닐 뻔했는데-

동구청 앞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해서 아쉬웠다.

둘레길을 계속 걷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학교 창 밖을 내다보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계속되는데 실제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추억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꿈만 같은 일이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면서

소나무의 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울기등대>

 

울기등대는 등대가 있는 곳이 울기등대인데,

난 예전부터 이곳을 울기등대라고 불렀기 때문에

아직도 울기등대라고 부른다.

 

여전히 푸른 소나무.

현재 울기등대 소나무 숲은 보호를 위해

예전처럼 돗자리를 펼친 후 눕거나 앉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울기등대 안에 있는 운동시설도 현재 거의 다 없어진 상태.

이렇게 좋은 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미끌거리는 은빛 돗자리 위에 누워서

소나무와 하늘을 같이 바라보는 것도 정말로 멋지다.

쓰레기통도 없어서 중간에 나오는 화장실 밖 쓰레기통에 버릴 것을 해결했다.

 

 

 

 

 

 

 

 

 

노을이 한창 지고 있을 때,

푸른색 바다는 붉은 햇빛을 받아

내가 좋아하는 어두운 민트색으로 변했다.

흐린 하늘이 점점 맑아지니 매서웠던 바다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 맞닿아있진 않지만,

정말 많이 닮았고 이어져있다.

각각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서로에게 다양한 영향을 주면서

자연을 순환시키는 바다와 하늘이 그날따라 더 고맙게 느껴졌다.

 

 

 

 

 

 

 

대왕암 방면의 해안 둘레길과 반대편 길은 일산해수욕장과 동구 시내 일부가 보인다.

예전에 살던 집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살았던 곳의 신호등 건너편 끝은 항상 푸른 바다였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계속 걷다 보면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결국 맞닿지 못해서 꼭 마법 같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더운 여름에는 해변가도 물론 좋지만,

시원한 그늘아래 소나무 숲이 가득한 대왕암공원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바닷바람에 소나무향이 더해서 좀 더 상쾌한 기분이 느껴져서 정말 좋다.

 

 

 

 

 

 

 

 

해가 바다 뒤편으로 진다.

왜냐하면 여긴 동해니까- 동해에 있는 바다여서

바닷가 뒤편에는 온통 주황색이 가득 차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바다 건너 육지에는 정말 높은 아파트가 많이 생겼다.

산보다도 높은 시멘트 기둥 덩어리.

소나무 잎이 몇 년 동안 계속 부서져서 폭신폭신한 울기 등대를 걷다 보니,

어느새 일산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 보였다.

예전에는 제대로 된 계단이 없이 돌로 대충 만들어진 곳을

땀을 뻘뻘 흘리며 김밥 싸들고 소풍 갔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걷기 편안해졌다.

그때 걷던 작은 계단길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평평하고 편안한 새로운 길로 내려가니 순식간에 해수욕장으로 도착했다.

 

 

 

어릴 적 울산 동구는 공장단지만 멀뚱하게 쏟아 오른 돌 같았던 촌스러운 곳이었는데,

현재는 다양한 먹거리와 정리된 길이 생기면서

그때와 다른 변화의 길을 맞이하고 빛을 내고 있었다.

물론 그때의 촌스럽고 우당탕탕거렸던 것들이 가끔은 그립다.

내가 다녔던 길에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면 어색하고 추억이 지워진 것 같으니까-

해안 둘레길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한 후 찾아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대왕암공원 해안 둘레길을 통해 일산지와 염포산까지 걷거나

반대로 다니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등산이나 산책,

코로나로 집안이 답답하다면 대왕암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정말 좋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 @imsuperstar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