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해보러 간절곶에 갔다가 한참 동안 가본 적 없는 <간절곶>과 <진하 해수욕장>
한동안 안 갔기 때문에 얼마나 변했나 궁금해서
차를 타고 먼저 간절곶으로 향했다.
보통 관광지와 다르게 간절곶 가는 길은 공장 단지가 계속 줄지어 나와서
좋아했던 미래소재의 만화영화가 계속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 차를 타고 공장을 지나치다 보면 어느 구간부터 논길과 작은 바닷가 마을이 보인다.
굽이굽이 좁은 도로와 해안을 따라 쭉 올라가면서
밖을 살펴보니 한산한 해변가도 드문드문 눈 앞에 펼쳐진다.
지붕 낮은 집과 인적이 드문 장소에 식당과 카페가 있어 그저 신기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자동차 너머 생생하게 현실로 그려져 있다.
솔방울과 갈색이 된 솔잎을 밟으며 걷던 예전 일이 떠오른 소나무 공원.
저 멀리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소나무 가지에 알맞게 그림자가 생겼다.
정말 아름다웠다.
땅 끝에 겨우 자란 풀잎은 아직 여린 연두색이다.
봄이 조금 남아있다는 증거.
간절곶 무장애 나눔길
간절곶 파란 풍차와 소망우체국 보러 가는 길에 있는 소나무 공원.
나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소나무가 만든 그늘과 바다에 반사된 햇빛이 어우러져서
걷는 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공원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서 조금 걷다 보면 금세 바닷가가 보였다.
같이 온 아빠는 간절곶 이리저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예전에는 먹거리를 판매하던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간절곶에도. 우리에게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변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하지만 난 푸른 잔디가 자라는 지금의 간절곶이 좋다.
엄청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멋들어지게 인상 깊지도 않지만,
편안하게 시간 보내기 좋았기 때문.
소나무 공원에서 벗어나 쭉 언덕을 걷다 보면 왼쪽에 파란 풍차가 있다.
간절곶 파란 풍차
하늘이 쨍하니 맑은 덕분에 파란색 지붕과 파란 하늘이 가깝게 맞닿은 것 같았다.
파란 풍차 안에 들어가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지만,
들어가지 않고 푸른 들판에 우뚝 서서 움직이는 파란 풍차를 계속 구경했다.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높은 건축물& 설치물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것보다
멀찌감치 덩그러니 서있는 건축물& 설치물을 쳐다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물론,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야경은 제외.
간절곶은 바다 옆에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푸른 들판이 있어서,
연 날리거나 군데군데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날씨가 아직까지 무덥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햇살과 바람이
그때의 시간을 더 무르익게 해 준다.
평일 오후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 잠시 잔디 위에 앉아있거나,
바다를 보러 아래로 내려가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바다 옆길로 쭉 걷다 보면, 저 멀리 소망우체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간절곶 소망우체통
유명세가 장난 아닌 소망우체통.
실제로 우편을 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조형물은 아니지만,
1월 1일 새해 소망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지금까지 지나친 1월 1일.
그리고 2020년을 맞이했던 작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새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애 두 번째로 맞이하는 새해는 엄청난 인파 속에 파묻힌 채 시작했다.
저 멀리 어수선하게 흘러나오는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작게 터트린 불꽃놀이가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낯선 사람들 속-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새로운 시간을 기약하는 일이 얼마나 황홀하던지-!
그런데 지금은 악수도 꺼리고 마스크를 쓰면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 19가 지나가면 내가 느꼈던 낯선 따뜻함과 온기도 다시는 느끼기 어려울까?
그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여태껏 소망 우체통만 알았는데 멀찌감치 돌로 만들어진 조형물과
한글로 간절곶이 적힌 기념비도 있었다.
뭘까 궁금해서 옆에 있던 설명을 읽었더니,
포르투갈에 있는 조형물에 비롯된 설치물이었다.
왜 이곳에 있는 걸까? 한참 설명을 읽어봤지만,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울산이나 울주군과 어울리는 조형물을 설치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가끔 모든 로망은 가보기 힘든 해외 어딘가에 빗대는 게
질리거나 아쉬울 때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멀리 있는 것을 더 애정 하기 쉬운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간절곶에 대한 무언가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간절곶 등대
코로나 19로 출입이 어렵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굳이 들어가지 않고 멀찌감치 서서 바라봤다.
간절곶 자체가 아담한 관광명소라 그런지 등대도 귀여운 크기였다.
등대 입구 계단 근처 전광판에는 당일 일출 일몰 시간이 적혀있다.
보통 간절곶은 일출을 보기 위해 오는 명소/ 관광지지만,
다음에는 일몰을 보러 오고 싶다.
해가 두 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기 힘들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빛과 점점 무르익는 밤 그 사이를 지켜보는 게
늘 즐겁다. 잠시 딴짓을 하면 하늘은 어느새 다른 색으로 변하지만,
계속 지켜보면 변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그런 것 같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일몰을 생각해보니,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 광선>이 떠오른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각본과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추억이 되어 살아 숨 쉬는 것.
간절곶에서 낯선 프랑스 해변가를 그린다.
진하해수욕장
오후 5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간절곶을 떠나 10여분 차를 타고
쭉 가다 보면진하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인다.
고민했지만, 아빠가 10미터 앞에서 다시 물어봤고, 재빨리 대답한 후
차는 오른쪽으로 돌려서 진하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한참 해변가 마을을 보니, 작년 여름휴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하해수욕장은 간절곶보다 울산에 좀 더 가까운 위치의 해수욕장이다.
그래서 간절곶에 오는 사람들은 진하 해수욕장을 같이 들리는 경우가 제법 많다.
잠시 어떻게 변했나 하고 몇십 분 둘러보기만 했는데,
날이 조금씩 더워지니,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무척 반가웠다.
해수욕장은 바다와 파도, 모래가 기본인데-
지역, 나라별로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신기했다. 해변가가 꼭 사람 같다고 느껴져서-.
기억도 안나는 예전의 진하해수욕장의 기억을 겨우 꺼내보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남은 인상은 이곳이 크기다.
바라보는 시각과 눈의 크기는 차이가 없지만,
진하 해수욕장이 작게 느껴졌다.
참. 나도 그동안 많은 곳을 쏘다녔구나- 새삼 깨달았고.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찾으면 어떨까 궁금하다.
밖을 나서고 싶지만 사람이 적은 곳을 찾으면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만약 간절곶이 엄청나게 크고 볼거리가 많았다면,
이곳에서 느꼈던 편안함은 없었을 거다.
간절곶은 울산과 부산 근교 드라이브 겸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일출 전, 일몰 전의 간절곶이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 @imsupersta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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